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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선물받았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새 지갑을 쓰는게 두번째인걸로 안다. 중고등학교때는 지갑을 안썼던거 같다. 그냥 카드주위에 현금을 둘둘말아서 다녔다. 현금이라고 해봤자 몇천원이였지만. 그리고 신분증이 생길쯤 무렵 형이 지갑을 사서 형이 쓰던걸 썼다.

한 일년쯤 썼을까, 지갑이 너덜너덜해질무렵 태국에 가서 이만원짜리 루이비통 지갑을 샀다. 샀는데 사고서 이틀쓰니까 지갑이 너덜너덜해졌다. 가죽과 가죽사이가 갈라져서 정말... 그때의 충격이란. 그리고 그 지갑을 계속쓰다 엄마가 루이비똥 지갑을 선물받았다. 한 칠팔십만원정도 했던것같다. 그걸 한 반년만에 잃어버렸다.

그리고 나서 이때 처음으로 지갑을 샀다. 뭐였더라 엄청 어려운 이름의 브랜드였는데, 흰색이랑 검은색 C ? 모양의 무언가였다. 왜 안과가면 시력검사할때 구멍뚤려있는 원들이 이곳저곳에 밖힌 지갑. 아 이름 까먹었다... 그 지갑을 한 이년정도 쓴거같다. 그렇게 한 이년 쓰다가 점점 카드가 많아졌고, 내 지갑은 점점 뚱뚱해졌다. 


이맘때쯤 또 형이 지갑을 샀는데 와 생각해보니까 형은 지갑 많이샀구나. 하긴 여자친구가 사주고 그랬던거같다. 그래서 위에있는 지갑인 빈폴지갑을 내가 쓰게 되었다.

항상 형이 쓰던물건은 뭐가 있어보였다. 나는 패션이라는것에는 별 흥미가 없어서 그냥 형이 기준이였던거같다. 형이 그냥 이제 좋은거라고 하면 좋겠거니 하고 했고, 비싸다고 하면 비싸겠거니 했다. 그래서 난 아직도 청바지는 내 기준에서 디젤청바지가 젤 좋은거다. 그 많은 브랜드를 어케외운데... 사람들도 그걸 다 알아보나? 하긴 알아보겠지. 난 차도 명품도 패션도 뭣도 관심이 없네. 저런게 좋으면 좋겠지만 타고 입고 들고있는 사람이 더 중요한거니까. 물론 둘다좋으면 좋겠으니 살을 빼야징.

아무튼 형이 신혼여행을 갔다오고 지갑을 선물받았다. 이제 형이 집에 안오넹. 옷장이 뭔가 텅텅 비어있으니 허전하다. 나도 이리 허전한데 엄마아빠는 얼마나 허전할까. 새삼스럽게 결혼을 빨리하는것도 엄마아빠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찾아뵌다고 해도 한계가 있겠지. 지금 고작 학교다니면서도 바쁘다고 사람들도 못만나는데. 그렇게 생각해보니까 사는게 이렇게 바쁜거였다니. 단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적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친구들도 바뻐지고 시간맞추기는 하늘에 별따기고.

기분이 진짜 쓸쓸하다. EAP 종강도 겹쳐서 더욱 더 쓸쓸하다. 매일 세시간씩 붙어있던 학교 친구들도 못본다니 씁쓸하다. 이제는 끝난다는게 마냥 해방감만을 느끼지 않는다. 만나지 않으면 만나기 힘들다. 헤어질 당시에는 이런거 끝나도 맨날볼거같지만, 막상 일년에 몇번 볼날이 없다. 이상하게시리 사랑같은 느낌이랄까. 맨날보다 헤어지면 안보는.

이런 느낌이 유난히 싫다. 끝은 시작의 입구라는 말이 있듯, 난 또 새로운 그룹에 잠시잠시 머물면서 그렇게 살아가겠지. 그래서 더 결혼을 하고싶은건가보다. 죽을때 말고는 안떠나도록. 정말 무언가 사그러드는 느낌은 너무너무 싫다. 모두에게 잘해주고싶지만, 그럴수는 없다. 부페같은 느낌이지. 모두에게 신경써주고싶지만, 그럴수는 없는.

내일 모레면 지긋지긋하던 포폴도 끝이나겠지. 비록 지금 단 한장도 하지는 않았지만 고생고생하면 해낼것이고, 또 마지막 일주일에는 시험도 칠거야. 그렇게 시험치면 또 계획했던것들 하려고 노력할테고, 그렇게 또 노력하며 살다보면 지금만큼 바뻐질테고, 지금만큼 바뻐지면 지금 만나는 사람들은 작년에 만났던 사람들처럼 보기가 힘들어지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것에 도전하는 것보다 지금 이순간에 안주하는게 더 좋아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여자친구 백명만날꺼면 새로운 도전을 즐겨야하는데. 이히히. 복잡스러워서 정리도 안되고 글도 재미없고 일기같은 다이어리였다. 그리고 거지같은 페이스북 렉때문에 못쓰겠다. 에라이 디씨보다 구린 페이스북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