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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o

갑자기 부활절 방학에 뭐할까 생각을하다 머리속에 'Camino de Santiago'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라고 넘겨버린뒤 몇일 지냈는데 머리속 한구석에 자꾸 남아있더라. 컴퓨터를 하면서 끄적끄적 한번 알아나 볼까? 옛날부터 가보고싶던곳이였는데. 그렇게 검색을 하나 둘 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보면서 어느세 마음속에 여행가기로 결정이 되어있었다.


자료를 찾아보고있는데, 영어권국가면 좋겠지만 불어와 스페인어가 필요한곳이라 걱정이 조금 된다. 여행하는게 걱정이 되는게 아니라, 스페인어와 불어를 알았다면 그쪽의 문화를 조금 더 느끼고 즐길수 있을텐데 그럴수 없다는게 아쉬울꺼같다. 그러고보니 작년 이맘때쯤에 뭘 하고있었나 페이스북을 뒤져봤더니 세상에나 ㅋㅋㅋㅋㅋㅋ 돈한푼없이 쿠바에 들어간날이구나. 하... 이걸보니 하... 정말 많은감정이 생긴다. 세상에 오늘이 쿠바입성 1주년이라니. 이글을 안쓸수가 없고, 술을 안마실수가 없겠구나. 글다쓰고 술사러 가야겠다.


작년, 아니지 제작년 12월 30일날 40일 일정으로 남미로 향했고. 남미에서 여행하는동안 멕시코에서 만난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니 멕시코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정도 고민하다 쿠바-멕시코를 가기로하고 비행기표를 미뤘다. 그렇게 남미여행을 마저 끝내고, 같이 지냈던 현석이와 (진택)이를 보내고, 브라질 공항에서 홀로 비행기를 기다렸다. 내가 가지고있는 티켓은 쿠바 in 티켓과, 멕시코 out 티켓이였고 쿠바out-멕시코in 티켓이 없었다. 가서 쿠바가 좋으면 일정을 좀 늘리고, 별로면 일정을 줄이고 하려고 했다.


쿠바에대해서 잠깐 말하자면 쿠바는 반미국가다. 반미국가는 미국을 싫어하는 나라니까 달라도 못쓰고, 미국카드도 못쓴다. 그래서 캐나다달라나 유로같은돈을 준비해가야한다. 근대 나는 내가 쿠바에 갈줄 몰랐지. 사실 쿠바가 어디에붙어있는지도 잘 몰랐었음 ㅎㅎ 그래서 visa랑 master카드가 다 미국꺼였다. 그래서 쿠바에서 쓸 돈은 브라질에서 헤알 인출 -> 캐나다달라로 환전 을 완벽하게 준비해놨었다. 또한 쿠바에서 핸드폰은 터지지 않으며, 영어는 거의 통하지않는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짐을 부치는데 직원이 쿠바 나가는티켓은 어디있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아!! 그거 쿠바좋으면 더 있다가 나가려구요 ^^ 일정이 안정해져있어서요 ㅎㅎㅎㅎ' 했더니 나가는 티켓이없으면 들어갈수가 없다고 했다. 공산주의국가라 나가는티켓이 반드시! 있어야지 입국할수있다고. 하... 새벽이라 문을 연 항공사도 없었다. 그리고 모든 돈은 캐나나달러로 바꿨고, 거스름돈은 현석이랑 공항에서 햄버거사먹느라 다썼는데... 비행시간은 2시간 앞으로 다가왔고 마음은 급해졌다. 한시간전에는 보딩해야하는데... 항공사직원이 추천해준 자기네 비행기는 내가 예상한 가격(일기를 보니 300달러)보다 훨씬 비쌌다(이것또한 일기를 보니 470달러). 그래서 비행기표 알아보고살라고 난리난리를치며 브라질공항을 상하좌우앞뒤로 뛰어다녔는데 새벽이라 연곳이 없었다ㅎㅎ


결국 마지막에 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그냥 그 직원이 추천해준 비행기표를 사기로 했다. 그래서 에이 x발 이러면 예산부족한데 망했다... 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비행기표를 사고, 가격을 내려고하는데 헤알은 없고 캐나나달러만있네? 그래서 atm기로가서 헤알인출을 했다. 그래서 atm에 카드를 넣고 파워인출!!! 을 눌렀는데 영어로 뭐라고 나온다. exceed 어쩌구저쩌구 어? 어????? 어????????????????? 하루최대인출금액 초과였다. 인출 한번씩 다해보니까 딱 300헤알(16만원)정도 되더라. 890헤알이 필요한데. 안그래도 다급했는데 이때부터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갔다. 이틀동안 잠을 3시간밖에 못잔거 문제가 아니였다. 브라질에 더이상 있고싶지 않았는데... 


마지막방법인 들고있는 캐나다달러를 다시!! 그 구린 공항환전으로!!! 이중환전이라니!!!!!! 헤알로 바꿨다. 40만원이 30만원이되는 마법.... 그렇게 비행기표 딱 맞춰서 헤알로 환전하고나니까 캐나다달러 5달러 남더라. 일단 쿠바만 들어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보다는 조금 더 치밀한 계획속에 진행된 계획이였다. 그리고 여행중에 가방정리하다 나온 3년전에 유럽여행할때 밖아놓은 10유로가 갑자기 생각나서 온가방을 뒤져서 그 10유로를 찾았다. 그래서 10유로와 5캐나다달러로 쿠바에 입국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결국 저 돈들도 쿠바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졌지. 쿠바비자를 사야하는데 20달러가 없어서... 입국심사에서 비자가 없으니 입국을 못했다. 사람들은 다 도착해서 쭉쭉 들어가는데... 나는 직원한테 비자없다고 말했더니 이상한곳으로 대려가더라. 거기서 손짓발짓하면서 브라질에서 강도당했다고 뻥을치면서 전재산이라고 이게... 10유로와 5캐나다달러를 보여주며 거의 울듯한표정으로 절박하게 말하니 내 돈 다털어가고 비자내주더라. 후..... 그렇게 쿠바를 들어갔었지. 돈 0원으로. 카드도 안돼, 말도 안통해, 핸드폰도 안터져.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25키로정도 떨어져있어. 진짜 헛웃음나오는 상황이였지. 날씨는 더럽게 좋더라. 나와서 20키로쯤 되는 짐을지고, 매고, 들고 햇볓이 쏟아지는 쿠바의 도로를 걸었었다. 화장실의 이상한맛이나는 수돗물을 물통에 가득 담은채.


저 뒤로 정말 많은일이 일어났었다. 그래도 잘 여행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브라질을 떠나 쿠바공항에 떨어진날. 저건 고난의 시작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잘 여행을 끝마쳤다.


항상 여행을 할때는 이런 무언가를 바라지 않지만 어떤 무언가가 항상 일어난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사건이 터지고, 일어난다. 즐거움과 함께. 그래서 여행이 좋고, 또 여행할수 있는 환경에 감사한다. 돈이 없어도, 배가 고파도, 춥고 더워도 다치지 않고 죽지만 않으면 여행은 즐거우니까. 난 강도당해본적도 도둑질당해본적도 없어서 그럴수도 있겠지. 나는 참 운이좋아. 정말 운이좋아.


이번 여행에는 세가지 목표? 계획이 있다. 1번, 가기전에 성경에 관련된 책을 한권 이상 읽을것. 2번, 길을 걷는중에는 하루에 한병 이상 와인을 마실것. 3번, 진지한 질문목록(조금은 철학적인)을 만들어 길을 걷는동안 하루에 하나씩 나름의 답을 구해볼것. 예를들자면,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이 아닌 순전한 욕망에 의한 섹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어떤 인생을 살아야할까. 나는 무엇을 하고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현명함이란 무엇일까. 잘사는것과 올바르게 사는것에 대하여. 잘하는걸 해야하나 좋아하는걸 해야하나. 과학발전은 이로운가 해로운가. 종교는 이로운가 해로운가. 종교와 과학의 차이와 갈등은 무엇일까. 윤리적인건 무엇인가. 등등 생각보다 많네. 를 하루에 하나씩 생각해고 답을 낼 생각이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서 그 질문과 관련된 책들을 하루에 한권씩 읽을것이다. 재미있겠지?


그래서 빨리 가고싶다. 준비하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설레인다. 벌써부터 설레인다. 덜컹거리는 열차에서 혹시 역을 지나칠까 선잠을자는 내가 상상된다. 이번 여행을가면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날까. 또 무엇을 배울수 있고, 무엇을 가르치게될까. 어쩌면 평생을 함께할 친구를 만날수도 있겠지.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처럼 좋은사람들만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