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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jwlee
2015. 3. 11. 07:04
나 자신은 알지 못하는 여자와 자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성욕을 처리하는 방법으로선 마음이 편했고, 여자와 서로 껴안거나 몸을 접촉하는 것 자체는 즐거웠다. 내가 싫은 것은 다음 날 아침 헤어질 때이다. 눈을 뜨면 옆에 모르는 여자가 쿨쿨 자고있고, 온 방 안에 술 냄새가 풍기고, 침대고 조명이고 커튼이고 뭐든지 모두 러브호텔 특유의 번지르르한 것들 뿐이고, 내 머리속은 숙취로 멍해져 있다. 이윽고 여자가 눈을 뜨고 주섬주섬 속올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스타킹을 신으면서 "저기, 어젯밤 제대로 그거 끼고 했어? 나, 아주 위험날 날이었거든." 하고 말한다. 그러고는 거울을 향해 골치가 아프다, 화장이 잘 안 받는다 하고 투덜거리면서 립스틱을 바르고 속눈썹을 붙이곤 한다. 나는 그런 것이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