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
시험이 끝나고 심심하다. 너무 심심해서 하루에 낮잠을 두 번씩 자고, 밤에도 심심해서 쉽사리 잠들지 못한다. 심심해서 못자는게 아니라 낮잠을 두 번씩 자서 그런거같지만. 그래서 이렇게 잠을 자려다 포기하고, 핸드폰으로 뭔가를 끄적끄적이다가 불편해서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았다.
때로는 심심함이 반가울때가 있는 반면,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너무 지쳐서 온전히 휴식을 할 때의 심심함, 후자는 한 것도 없는데 할 것도 없어서 오는 심심함. 요즈음은 굳이 따져보자면 조금 후자쪽에 가깝다. 별로 할 일이 없어 하루종일 집에 밖혀있지만, 딱히 나쁘지는 않다. 아마 이번 스페인을 갔다오고나서 시험때문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려나.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여행 후 후유증. (항상 후유증과 휴우증은 헷갈리는 단어다. 그래서 항상 네이버에 검색해보고 쓴다. 이거말고는 웬지랑 왠지. 이건 진짜 모르겠어.) 나도 여행이 끝나고 나면 후유증이 있다. 보통 그럴때는 쉬면서 사진보고, 글도 쓰고 하면서 보내면 적응이 되는데 이번에는 약간 달랐다. 여행 후에 돌아오는곳이 내 집이 아니라, 기숙사였기 때문에. 나는 지금 여행의 연장선상에 놓여져있는 기분이다. 거의 취해서 '이것만 다마시면 끝이겠지?' 하고 무리해서 마셨더니 한병이 더 남아있는 그런느낌?
후유증에 대해 쓰려던게 아니라 심심함에 대해 쓰려고 했다. 심심함 하니까 갑자기 가고싶은 곳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멕시코, 멕시코시티에 있는 펜션아미고가 가고싶다. 그곳에서 심심함을 만끽했던 그 때로 돌아가고싶다. 데낄라 한병 혼자 마셔보기. 하루종일 기타들고 옥상에서 놀기. 아침점심저녁 타코만먹기. 매일 맥주 한박스씩 마시기. 등등. 찍고다니는 여행에 지치고, 마지막 여행지에서 정말 여유로움을 한가득 즐겼던 그 때가 생각난다. 그때랑 지금이랑 다른점이 뭘까?
이렇게 별 목적없는 글을 쓰고있는건 너무 심심해서이다. 다시한번 내가 심심하다는걸 상기시키자. 나는 심심해... 소금을 좀 칠까요? 헐 죄송...
배낭여행으로 다닌 날짜를 계산해보니 얼추 반년이 넘는다. 배낭여행 한 나라도 이제 얼추 20개국을 넘겼다. 보통 세계일주 계획할때 1년정도 잡는다니, 나도 앞으로 반년정도 더 여행하면 웬만한곳은 다 가보겠구나 싶다. 지금까지는 부모님 등골 뽑아서 여행 다녔으니 앞으로는 내가 스스로 벌어서 여행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돈으로 여행을 다녔다고 하니 괜시리 나쁜놈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변명을 하자면, 여행을 다니면서 풍족하게 썼던적은 없었다. 애초에 첫 여행지였던 인도부터 한화로 100원, 200원 아끼자고 걸어다니며, 싼 음식을 먹었으니 그게 참 크게 몸에 밴 듯 하다. 비행기표를 제외하고, 인도, 네팔, 동남아를 40일동안 60만원 정도 썼다. 그 중 10만원은 선물값. 그 다음으로 유럽은 40일동안 비행기표를 제외하고 400정도 쓴거같다. 40일 여행동안 레스토랑을 3번 갔던 기억이 난다. 보통 식사를 바게트로 먹거나, 맥도날드에서 치즈버거 2개로 때우거나, 호스텔에 들어가서 남들이 남긴 파스타 삶아서 케챱이랑 먹거나, 아니면 마트에서 파는 냉동 감자튀김을 1유로에 사서 먹었었다. 남미에서의 사용금액은 잘 모르겠다. 최대한 싸게 지냈었다. 무조건 싼 호스텔을 찾는다고 난리난리 치다가 결국에는 싼 호스텔에 옷장 위에 매트릭스를 두고 자보기도 했고, 부엌에서 공짜로 자보기도 했다. 옷장 위에 매트릭스에 잤던건, 호스텔을 돌아다니다 호스텔 주인을 만나서 쇼부를 쳤는데, 문제는 우리는 2명인데 자리는 한자리. 그래서 주인이 옷장위에 매트릭스 깔아줄테니 괜찮냐고 물어봐서 오케이. 두번째는 멕시코에서 밤늦게 호스텔에 도착했는데 자리가 없었다. 다른 호스텔을 가기에는 너무 위험한 상황. 그래서 침낭있으니까 그냥 돈내고 바람만 막아지는 아무곳에서나 잔다고 했더니, 부엌에서 공짜로 재워줬었다. 뭐 그렇게 아낄 수 있는건 아끼면서 다녔었다. 마지막 스페인은, 바르셀로나에서 5일동안 100유로, 그리고 까미노에서 15일동안 270유로를 사용했다. 270유로중 70유로는 침낭이랑 스틱값 ㅠㅠ. 15일동안 200유로정도 사용했으니 적게 쓴거같다. 보통 저정도면 400유로정도 쓰는데, 난 반 정도만 썼으니. 히히
어느덧 글을 쓰기 시작한지 삼십분이 지나가고 있다. 사실 지금 자나, 나중에 자나, 밤을 새나, 큰 의미는 없다. 내일 할거라고는 짐싸기, 글쓰기, 밥먹기, 낮잠자기 정도밖에 없는 슈퍼잉여기 떄문이다. 어디 여행이라도 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슈퍼-거지이다. 슈퍼-거지로 산지 일주일이 조금 안됬는데, 5.5파운드정도 사용했다. 식사는 마지막으로 산 20파운드어치 파스타로 살아가다 얼마전에 쌀을 협찬받아 가끔 쌀도 먹는다. 이렇게 병신같은 이유는, 내가 돈 관리에 재능이 없어서 그런것같다. 돈관리에 재능이 없으니, 나중에 돈 벌면 마누라한테 주고 용돈받고 살아야겠다. 더 좋은건 마누라가 벌고 나는 용돈만 받고 히히
저렇게 인생 꿀빠려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가 맨날 결혼이 로또인것처럼 사장딸을 만나야 하느니 하는 말을 한다. 처음에는 장난스래 시작했는데, 어느덧 그런 생각이 약간은 머리에 밖힌 나를 보고 좀 실망했다. 사실 나는 나 스스로가 그런 속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벗어나긴 힘든가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있고 하니. 하여간 긴 생각을 짧은 글 속에 담으려니 우왕자왕한데, 이걸 잘 담으면 내가 작가였겠지... 후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지.
나는 남한테 빚지는걸 싫어한다.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부모님 직업 물어본적도 손에 꼽는다. 물론 주위에서 말해줘서 알게되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된 이유는, 중학교때 아버지가 한의사라는걸 안 담임 선생님이 나를 차별하면서부터였다. 그 중학교가 좀 못사는 동내 친구들이 많이 왔고, 그런 친구들중 사이에서 우리 아버지의 직업은 나의 플러스 점수가 되었다. 도데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말하자면 길지만, 명문 사립 초등학교를 다니며 돈을 펑펑 쓰는 친구들 사이에서 머리가 자라나다, 정 반대의 중학교로 진학해 그리 풍족하지 않은 친구들과 지내고, 그 친구들네 집에 놀러갔을때 받은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는 다들 나만큼은 사는지 알았다. 초등학교때 친구들은 그 당시에 하루 용돈을 만원씩 받았으니까. 학교가 끝나면 기사들이 검은색 자동차를 끌고 와서 태워가고. 집에 놀러가면 이층짜리 복층을 쓰고, 초등학교 아이들한테 두명당 한판씩 피자헛 피자를 사주고. (난 이 때 씬피자를 처음먹어보고, 신세계를 경험했다. 첫경험... 어맛...), 생일파티를 TGIF에서 하는데, 애들 한명마다 립 세트를 시켜줬던거 같다. (이 때가 내 패밀리 레스토랑 첫경험2 어맛...) 다 못먹었던건 당연지사고, 샐러드바 같은것도 있었던거 같은데, 그것도 못먹었다니 지금 생각해도 돈이 너무 아깝다. 한 20명 간거같은데... 20명이면 반백만원은 나왔었겠지...? 초등학교 5학년에 그 립을 다먹는다는건 이해되지 않는 일이였다. 그때부터였나요? 저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던게...
그 때는 우리 아빠 직업이 그렇게 훌륭한 직업인지 몰랐다. 그 때는 뭐가 뭔지 몰랐지. 어디회사 부사장, 사장, 이사, 검사, 판사, 변호사,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등. 나는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아이였으니까. 그때는 참, 다 모여서 놀이터에서 탈출하고, 비오면 땅파고, 점령하고 등등 여러게임 했었는데. 그리고 오락실에 모여서 땅따먹기 했음. 땅따먹기 90퍼 넘기면 스페셜 장면나옴. 100퍼센트하면 동영상나오는데 나 개잘함 이히히
하여간 쓰다보니까 이리저리 글이 샜는데 괜찮아. 어짜피 심심해서 쓰는글이고 이제 슬슬 피곤하기 시작하니까. 오 아주 좋아.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거야. 그러다가 뭐 중학교 올라가서 가장 친한 친구네집에 갔는데, 산동내에 살았던거였다. 그래서 뭐 충격을 먹고 삶과 죽음, 돈과 인간, 과학과 종교 등등 남들 다 겪는 중2병을 겪으면서 자라왔다 이 말씀. 정작 쓰려던건 못썼지만, 천천히 쓰고있으니 뭐. 졸리니까 다시 누워야겠다. 누워서 웹툰보면서 누가 좋아요눌렀을까? 이러면서 두근두근거리면서 뒹굴뒹굴거리다가 자겠지. 아 심심하다 내일은 뭐하지. 오늘 페이스북에 심심하다고 찡찡댔으니 내일도 찡찡댈수는 없고. 아 영화 드라마는 내가 잘 못보겠고, 책 읽고싶은데 컴퓨터로 읽는건 싫고 종이로 된 책 읽고싶은데 종이책이라고는 영어책밖에 없고, 헬스장에서 트래드밀 걷자니 질리고, 밖에서 걷자니 영국날씨가 똥이고. 고민하지말고 이 심심함을 즐기도록 노력해야겠다. 이것저것 해보기도 하고. 돈이없으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이만큼 써서 피곤해졌으니 충분히 목적달성! 그러니까 다 지우고 잘까 싶으면서도 왠지 쓴게 아까워서 올릴까 하면서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다 읽고나면 무슨생각할까 하는게 궁금하다. 이글 읽으면 무슨생각이 들까? 짱 궁금하다.
참고로 사진은 멕시코에서 하루만에 데낄라 다마시기 도전했을때. 결국 혼자서는 다 못마시고, 만난 지인이 도와주셔서 약 85프로 정도의 보드카를 7시간정도가 걸려서 마셨었다. 한 2시부터 마셔서, 저녁으로 타코먹고 계속마셔서 9시까지 마셨던거같은데 취해서 기억이 안난다. 다마시고 나가서 커피마셨는데 갑자기 그게 기억나네. 커피 맛있었는데.
끝내려고 했는데 데낄라가 나오니까 데낄라에 관련된 이야기인 데낄라의 종류, 데낄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데낄라는 왜 소금이랑 레몬이랑 먹는가, 호바에서 데낄라먹고 병신짓한 이야기 등등 생각난다. 그만써야지 아 오늘도 하루 잘 보냈다! 마지막으로 엄마아빠 사랑해요!!! 세상에서 제일사랑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