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싶었던것
꽤 오랫만에 글을 쓰는거같다. 자판으로 맨날 gg wp 나 치다가 이렇게 정상적인 글을 치려니 자판을 치는 내 손가락이 이상하기만 하다. 쓰고싶은 무언가들은 무척이나 많았는데, 매번 앞에 앉아서 몇자 두드리다보면 어색함을 느끼며 다 지우곤 했다. 이 글도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 그래서 뭘 쓰고싶었는지 주르륵 정리해보면 나중에 좀 써지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써본다.
1. 영국에 도착해서 생각보다 많은일이 있었고, 생각보다 바빴다. 개학도 안했는데 이렇게 바쁘면 어떻게하나 싶을정도로 뭔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반쯤은 나의 실수로, 반쯤은 어긋난 계획으로 참 집시같은 생활을 했는데, 잘보니 둘다 내 잘못인것 같다. 원래는 엄마와 함께 영국에 들어와서 유럽여행을 좀 한다는 계획으로 8월 20일 귀국 비행기를 택했는데, 집안 사정상 그렇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혼자 영국에 들어와, 하루 이틀씩 얻어자면서 영국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그렇게 남에집에 보름정도를 얻어자며 느낀 점들이 쓰고싶었다.
2. 영국에 다시 들어오면 어색할것만 같기도 한데, 몇번 안봤던 멘체스터 공항이 인천공항보다 더 반가웠고, 영국기차가 지하철보다 더 반가웠으며, 브래드포드의 인터체인지역에 내리니까 오랜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뭔가 작년에 설레임 반 무서움 반으로 이리저리 둘러봤던 풍경은 너무나 익숙해지고 반가웠고, 어리버리하며 무단횡단을 하던 내 발은 자연스럽게 도로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일년이 안되는 시간동안 많이 익숙해지는구나, 한국은 이렇게까지 반갑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반갑고 익숙할까 하는 것에 대해서 쓰고싶었다.
3. 이번에 부족하지만 국제요리동아리? 해석하면 이상하네, International Cooking Society에 회장을 맡게 되었다. 영국에 돌아와서 어떻게든 돌아가겠지 라고 생각하며 별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해야할것이 많았다. 포스터와 명함만들기, 배너만들기, 신입생들을 위해 열리는 Freshers' Fayre에 어떻게 준비할지, 가입비, 장소, 시간, 횟수, 이벤트 등 여러가지를 준비하고, 또 임원들이 받는 교육을 받고있노라니 이제는 무언가 담당하고 책임감을 갖는다는게 그리 가벼운게 아니라는걸 알았다. 그리고 신입생들을 위해 하는 이벤트를 작년에는 안갔는데, 이번년도에 틈틈히 돌아다니다보니 정말 가지각색에 동아리들이 많았다. 십인십색이라고 어감은 이상하지만 10사람이 있으면 10가지 색이 있다. 그렇게 사람들이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것에 대해 열정적으로 하는것을 보니, 나도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는걸 뭔가 잘 포장해서 쓰고싶었다.
4. 동아리를 돌아다니며 많은 Society에 등록을 했는데, 다이빙, 로잉, 클라이밍에 등록을 했다. 사실 수영과 살사도 등록을 하긴 했는데 고민중이다. 어제 Rowing 첫 모임에 나갔는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힘들었다. 오후 1시에 모인다길래 한 두시간정도 하나 했는데, 진짜 강?으로 나가서 배타는것과 훈련들까지 소화했다. 무려 5시 30분까지. 로잉머신은 많이 땡겨봤지만, 실제 조정을 해보자니 무섭기도 하고, 또 바람을 가로지르며 쭉쭉 나가는게 자전거와는 다르게 기분이 상큼했다. 뭔가 물을 가르며 쭉쭉 나가는 기분이 자꾸자꾸 생각나서 동영상을 찾아봤다. 2014 월드 로잉 챔피언쉽을 봤는데 2000미터를 5분 20초대로 들어오는걸보니 대단하구나 싶다. http://www.worldrowing.com/events/2014-world-rowing-championships/ 링크같이올림. 그리고 우리동내 아마추어 로잉클럽이 1846년?부터 있었다는걸 보고 정말 좀 놀랐다. 뭐 이것저것 쓰자면 길어지는데 하여간 이거에 대해서 쓰고싶었다. 한가지 힘들면서 좋은점은, 클럽에 거의 모든 이들이 영국출신이라 도무지 알아먹을수가 없다. 말이 너무 빨라 ㅠㅠ 하지만 좋은 기회인것같다. 열심히해서 나중에 대회도 나가보고싶다.
5. 살이 너무너무 찌고, 몸도 약해지는거같아서 운동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학교 짐에 갔다. 가서 오랫만에 하체를 좀 해야겠다 싶어 스쿼트를 했는데, 건너편에 있는 상당히 늙어보이는 할아버지 두분이 중량벨트까지 사용하시면서 클린앤 저크를 하고있었다. 그래도 무게가 50은 되는거같았는데, 진짜진짜 대단하셨다. 두분이서 서로 봐주시면서 클적을 하는데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저분들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는 처먹기만해서 돼지가 되었구나...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스퀏을 했는데 너무 무거웠다. 너무 무거워서 5개만 하고 그만했는데, 알고보니 무게가 100이였다. 스쿼트를 조금 하고나니 허리가 아팠는데, 이거 참 큰일났구나 싶었다. 척추기립근이 없어서 그런가? 기립근운동은 백익스텐션밖에 모르는데 찾아서 몸을 잘 관리해야겠다.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 마음먹은것에 대해 쓰고싶었다. 근데 이건 쓰면 뭐하나 자꾸자꾸 안하는걸. 하지만 그래서 많은 운동 소사이어티에 가입을 했지 후후
6. 영어를 못하니까 외국인 친구를 만나기가 무섭다. 영어쓰는걸 이 친구가 못알아들으면 어쩌나, 문법은 맞나, 무슨소리를 하는지 듣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하고 피곤하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조금 이야기하다가 내가 익숙하지 않은 주제로 넘어가면 단어를 모르겠다. 말은 하고싶은데 하지못한다. 하지만 반대로 영어를 늘리려면 외국인들과 부딪쳐야한다. 모순된 이야기지만 많이 만나봐야한다. 와인처럼 이 억양, 저 억양, 이 단어, 저 단어를 많이많이 마주치다 보면 조금씩 늘어난다. 라고 생각함. 이걸 최근에 동아리에 신입생들을 받으면서 느꼈는데, 그거에 두렵기도 했지만, 같은 임원들과 친구들과 영어를 쓰며 장난치고, 또 농담하면서 자신감이 좀 생겼다. 참 희안하다. 같은 영어로 자신감을 갖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는게. 작년에는 무섭고 자신감도 없어서 많이 안늘었지만, 이번에는 작년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할 예정이다. 라는 것에 대해 쓰고싶었다.
7. 그리고 이번 4월쯤에 다녀온 까미노 데 산티아고의 일기들을 발견했다. 손으로 쓴 글들과, 녹음으로 저장해둔 말들. 내가 까미노를 걸으면서 뭘 느꼈고, 어땠는지에 대한 상세한 기록들. 언젠가 정리해서 적으려고 했지만 지금까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글을 시작으로 다시 조금씩 조금씩 써야겠다. 그리고 요즘 페이스북에 글쓰는거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이 든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서 그런지 내가 쓰고싶은걸 쓰면서도 남의 눈치를 많이 살핀다. 누군가에게 피해가 갈까, 누군가가 불편하게 생각할까에 대한 눈치가 아니라,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런 글을 통해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판단할까봐 무서워서 눈치를 살핀다. 뭐 반쯤은 오픈된 페이스북에 그런 글을 쓰면 그런것쯤은 감수해야하지만, 그냥 그렇다고. 내 느낌에 페이스북이 뭔가 눈치싸움하는 그런 공간으로 변한것같다. 내가 변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내 글 보는거 싫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