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모르지만 밤낮이 바뀌어버려서 10시쯤에 일어났다. 밤 10시에 일어나서 내가 오늘하루 뭘 했는지 생각해보니 드라마 몇편과 인터넷 서핑, 그리고 하루종일 짜장밥을 먹었다. 그리고 카톡을 보자니 쉐필드에서 애들이 온다네. 뭐 먹고싶은거 없냐고 하니 닭도리탕이 먹고싶다고 한다. 분명 오늘도 밤늦게 잘테고, 밤늦게자면 늦게 일어날테고, 늦게 일어나면 준비하는데 오래 걸릴테고, 그럼 바쁘고 힘들테고, 늦으면 배고프니 짜증나고. 해서 할것도 없고, 오늘 운동도 안했겠다 테스코를 걸어갔다오기로 했다. 밖을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이 씽씽 불어서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갔다. 가장 두꺼운 잠바와, 청바지, 그리고 구두를 신고 출발했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들을 들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슬슬 걸어갔다. 클럽쪽을 지나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핸드폰을보니 오늘이 금요일이구나. 비바람이 치는데 추운 복장을 입은 이쁘니들을보니 마음속까지 따뜻해졌다. 그리고 걸어가는데 점점 사람은 없어지고, 차도 안보이고 하는 순간에 코끝으로 위드냄새가 흘러들어왔다. 그러고나니 갑자기 겁이나기 시작했다. 어둡고, 비바람이 치고, 차도없는 이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강도당하면 어떻게하지? 하... 몸만 안다치면 좋겠는데. 하며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걷다보니 갑자기 웃음이 났다. 이번년도 초,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현석이와 함께 남미사랑이라는 숙소에 도착했다. 여행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한인민박인데 이야기하자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지만 생략해야지. 남미사랑이라는 숙소에 저녁즈음 겨우 도착하여 우리가 한것은 짐을 풀어놓고 밥을 먹는것이였다. 하지만 갓 도착한 아르헨티나의 수도에서 뭘 먹겠는가. 요리하기에는 너무 지치고, 나가서 사먹기에는 아무 정보도 없고, 그리고 안그래도 치안도 안좋고 위험하다는데 괜히 나가기에는 무섭고. 그러다가 문득 고기부페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Siga la Vaca. 기억은 안나는데 아르헨티나 페소로 한 100페소? 120페소?정도 했던거같다. 그러고보니 아르헨티나가 무서웠던 이유가 그거였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찐따같이 운영을해서 아르헨티나 페소가 여기저기 지 X대로다. 정말로 환율이 X같다. 환율 안좋은곳은 1달라에 4~5페소정도 했고, 보통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많이 떨어진곳,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1달라에 7~8정도 했다. 우리가 갔을때 다행이 거의 최고환율로 받을수있어서 7.9를 받았었던거 같다. 그리고 그 뒤로 환율이 쭉쭉 떨어져 7.2정도밖에 못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참 희안했던게, 환전하러갔던날 딱 한군대만 열어서 그친구들이 우리 문닫을꺼니까 빨리환전하라고, 내일부터 환율떨어질꺼라고 해서 그냥 이빨까는거라 생각했는데 정말로 다음날부터 환율이 쭉쭉떨어졌다. 다행이 그날 바꾸긴했지만 참 신기했다. 그렇게 환전을 하고 고기...고기를 먹자.... 고기에대한 집착으로 저 부페를 찾아갔다. 부페에서 정말 배터지도록 먹은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집에 가는길이 문제였다. 첫째로 30분정도 걸어온 길을 완벽하게 기억해서 돌아갈 자신이 없었고, 두번째로는 택시를 잡아도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고, 셋째로 스페인어도 할줄 몰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돈이 아까웠다... 그래서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는데 겁이났다. 하지만 다행이 우리가 길에대한 감각은 뛰어나서 잘 찾아갔긴 했는데. 돌아가는길에 무서우니까 밝은길로만 가자. 라고 해서 밝은길로만 갔던 길들이 위험하니까 절대로 지나가지 말라고 지도에 써져있었던 길들이였다. 어쩐지 지나가는 몇몇 애들이 눈이 풀려있더라니. 돌아와서 확인하니까 정말 온몸에 힘이 쭉 풀리더라. 그래도 고기부페는 진짜 맛있었다. 사람당 와인도 한병씩줬던거같다. 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쿨했던거같아. 뭐 마실꺼냐고 물어봤을때 와인마신다고 그러면 두당 한병씩 갔다줬다. 그래서 탱고쇼 보러갔을때 현석이랑 둘이서 맥주 큰병2병에 와인3병인가 마셨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또 술 해뜰때까지 먹고 화장실에 다토해놓고 그랬는데. 진짜 재미있었다 ㅋㅋㅋ 사진첨부하려했는데 도무지 어디있는지 못찾겠다. 인디언블랙잭하는사진인데ㅋㅋㅋㅋ
그렇게 걸어갔다오면서, 유학생활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봤다. 정확하는 유학생활이 나에게 끼치는 영향이지만. 딱 찝어서 말하자면 사람이 쪼잔해지고 조잡해졌다. 얍삽해졌으며 자기 이득만 생각하고, 사소한거에도 찌질하게 속에 담아둔다. 정말로 별거 아닌데 신경쓰고 혹이나 남에게 잘못했을까 걱정한다. 그리고 남이 나에대해 뭐라고할지 두려워 조심한다. 유학 갔다온 친구들에게 여러가지 말을 들었고, 또 여행다니며 만난 유학생들을 간접 경험하고, 또한 와서 경험해보니까 그렇다. 가끔씩 별거 아닌걸로 짜증이 나있는 나를 보면, 무섭다. 정말로 내 생격이 둥글둥글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소한게 신경쓰이다니. 참 내가 유학생활이 잘 안맞나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유학생활이 맞던 안맞던, 유학을 와서 공부할수 있다는 기회가 있다는걸로 충분히 부모님께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열심히하려고 노력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하지만 요즈음은 드라마보고 밥먹고 잠만잤어... 그래도 미드봤으니까 리스닝이 조금은 늘었을꺼야... 여기와서 느끼는건데 유학이라는게 양날의 검같다. 함부로 말하기도 민감하고 다들 그런것도 아니지만,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유학와서 공부하고 한국에 들어간 후가 조금 걱정된다. 확실히 여긴 한국과 문화차이가 많이나서 한국에서 잘 생활할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조금 든다. 물론 어린친구들 뿐만이 아니라 나이가 있는 형, 누나들도. 근데 형, 누나들은 내가 걱정할 짬밥은 아니고. 하지만 그것도 그 친구들의 일일테니 걱정은 여기서 끝마치고 나나 잘해야지. 내코가 석자다. 그냥 그래 참. 아까 말했다시피 닭도리탕 재료사러 비바람치는데 테스코까지 2시간동안 왔다갔다했더니. 누가 그냥 사먹어도 되는데 왜 그렇게 고생하냐고 하더라고. 정말 고생이지 이게. 재료장보는데 두시간, 재료손질하는데 한시간, 요리하는데 한시간. 그렇게 요리해서 애들한테 재료비만 받으면 내가 손해보는 장사긴 해. 솔직히말자면 들어가는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마늘다진거 등등. 먹는사람 생각해서 닭껍질도 일일이 손질하고 자르고 벗겨내고. 눈물흘리면서 양파까고, 손에 쥐날때까지 감자깍고. 난 요리하는걸 좋아해서 별로 신경안쓰긴 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그럴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요리해준다는게 내가 해줄수있는 것중에 최선을 다해 대접하는거니 별로 불편하거나 짜증이나진 않는다. 이렇게 쓰긴 했지만 사실 별 심각하진 않은 이야기임. 그냥 써봄 쓰다가 튀어나옴.
그래서 요즘에는 글을 쓸까말까하다가 자꾸 꺼려지게된다. 괜히 이 글 하나보고 나를 판단하는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나도 사람들의 단편적인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는일이 있으니 쌤썜이긴 하다만서도. 뭐 그래도 어쩔수없다. 가끔씩 글 쓰는게 나름 재미있으니까 나한테 ㅋㅋㅋ. 참 요즘 느끼는건데 희안하게 운동하고나면 글이 쓰고싶다. 뭔가 묘한 상관관계가 있나보다. 내가 걱정하는건 이런 글을 썼을때의 파장이다. 아까 테스코를 가다가 테이의 닮은사람이라는 노래가 나왔는데. 그 노래를 듣다보니 이런 시발... 옛날 여자친구가 생각났다. 만난지 얼마 안돼서 나랑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집에 놔뒀는데, 언니가 와서 너 얘 아직도 만나냐고 화내고갔다고 했다는 그 이야기. 근대 둘다 그러냐고 그러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 였었지. 그 생각하니 웃기더라 ㅋㅋ 테스코안에서 그러고 웃으면서 지나다니니까 사람들이 쳐다봄 ㅋㅋ 동양인하나가 새벽에 혼자 웃으면서 테스코에서 장보니까 ㅋㅋㅋㅋㅋㅋ